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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3년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학교입학이 끝나자마자 발빠르게 집으로가서
입학선물로 받은 컴퓨터를 통해 열심히 훈민정음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 당시엔 바탕화면 아이콘들도 너무 신기했고 검색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강아지도 너무 신기할 때였다.
내가 컴퓨터를 통해 할 줄 아는거라곤 강아지와놀기, 훈민정음, 타자연습 뿐이었다.
15년이 지난 나에게 아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져있는
일랜시아라는 친구를 만난건 그로부터 일주일정도 후였다.
어느날 나는 하얗고 커다란 진돗개를 키우는 친구의 집에 놀러가게 되었다.
그 친구도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컴퓨터의 바탕화면이 야시시하였다.
물어보니 자기 아빠가 자주 쓰는 컴퓨터라 그랬다. 지금은 잘알고있지만..
어릴 그 때에는 전혀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었다..
내 순수함에 금이 간건 그 때 부터였을까?
알 수 없는 기분에 취한 사이 그 친구는 자기도 민망한지
곧바로 초록머리의 요정아이콘을 더블클릭 하였다.
당시 온라인 게임들은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더블클릭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날 그 순간 이후로 나는 연속된 충격에 흥분을 가다듬기 어려웠다.
기껏해야 훈민정음, 타자게임만 했던 나에게 '일랜시아'라는 존재는 신세계의 문지기였던 셈이다.
그 문지기를 통해 나는 온라인이라는 신세계에 장대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 눈앞에 나타난 알 수 없는 미지의 인간형상의 존재가 미지의 문으로 들어가는 그림이 나의 이 여정을
완벽하게 간추려 표현해주었다.
(나중에 친구를 통해 spacebar를 누르면 빠르게 스킵할 수 있다는 엄청난 꿀팁을 들었다.)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이 넥슨로고를 볼 때마다 나는 그 날의 충격을 되새길 수 있음은 물론
나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끼기도 한다.
그 친구는 이미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닉네임은 기억이 잘안나지만
무슨무슨 만두 였을거다. 그 당시에 유행하는 게임 닉네임에 음식이름이 많았다.
아니면 무슨무슨 구름.. 또는 무슨무슨 사탕등.. 당시 우리들의 순수함과 귀여움을 잘 나타낸다.
귀여운 초록머리요정님의 눈맞춤이 있은 후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었다.
컴퓨터속의 내 친구는 여러명의 사람들과 로랜시아 여관의 침대속에(?) 누워있었다.
처음보는 아름답고 동화같은 그림체에 내 눈은 마치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침대옆에는 동화책에 나올법한 기다란 흰수염의 할아버지께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션을 취하고 계셨다.
그 때의 나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낡은 고깔모자를 쓰신 그 할아버지에게 내가 연민과 따뜻함을 느끼게될 줄은 말이다..
여관에는 하얀브라자와 하얀팬티만 걸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의 사람들이 말이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
기억속에 조차 남아있지 않던 15년전의 유저들 모두가.. 내겐 추억의 대상이다..
물론 15년의 후의 내마음을 전혀 모르는 15년전의 친구와 나는.. 곧장 그 따뜻한 여관을 벗어났다.
그 순간 여관에서의 사람들을 뛰어넘는 거의 화면을 꽉 채울정도의 엄청난 인파가 나타났다.
그 인파의 대단함에 당황한 나와는 다르게 친구는 익숙한지 "사냥하러가자" 하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남쪽사냥터 바로 앞의 추억의 그 다리밑에는 그 당시 온라인게임에서 유행하는 '길막'이 성행했다.
길을 통과하기 위해선 통행료(?)를 지불해야 했다. 우여곡절끝에 그 당시 살과 피와같던
5골드를 지불하고 남쪽사냥터로 진입할 수 있었다.
빠르게 깜빡인 화면 뒤에 펼쳐진 로랜시아의 아름다운 숲배경과 아름다운 배경음 그리고
아름다운 숲속친구들(?)의 장관은
막 돋아난 새싹과 같은 나의 감성에 꽃을 피워주기에 충분했다.
바로 이 순간 막 피어난 나의 감성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일랜시아의 향기가 담겨있다.
글을쓰거나 그림을 그릴때..노래를 들을때..
감성적인 판타지를 경험할때에도 일랜시아는 늘 나와 함께 해주고있다.
헤헤 ㅎ 회상은 여기까지..
내 친구는 곧바로 암탉에게 달려가 주먹을 내질렀다.
훅! 하는 바람소리가 내 귀를 사로잡았다. 주먹에 맞은 암탉은 고통에 뒤로 몸을 젖혔다.
암탉위에 숫자 3이 떠올랐다.
당시에 많은 수의 모험가들이 이 숫자 3를 터득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때였다.
당시 가장 선망받던 데미지는 3이었다.
데미지가 2만떠도 상당한 수준의 모험가로 평가받았으며
주변의 많은 초보모험가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되기도 했다.
당시 일랜시아를 어느정도 모험한 나였다면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을테지만
이 때의 나는 전혀 그런걸 모를때였다. 나의 얼굴표정을 쓱 관찰하던 내 친구는
곧바로 바로 근처에서 암탉의 쓸쓸한 죽음을 지켜보던
노란색의 귀여운 외모의 몬스터로 마우스를 옮겼다.
'푸푸'라는 이름을 가진 이 몬스터는 당시에 많은 초보자들의 도전의 대상이 되었었다.
이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선 초보자 3명정도가 달려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몬스터를 홀로 상대하는 내 친구.. 당연히 이 곳을 지나가던 많은 초보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고 친구의 놀라운 강함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었다.
'푸푸'라는 몬스터는 당시 초보자와 고수를 가리는 기준이 되기도 했었다.
6번 정도 주먹질을 하던 내 친구는 주변의 많은 구경꾼들의 즐거움을 배로 주기 위해
엄청난 것을 선보였다.
갑자기 컴퓨터속의 친구가 이상한 모션을 취하였다. 머리카락이 흔들리더니..
곧바로 푸푸를 향해 날아간 붉은빛.. 그 순간 푸푸위에는 '9'라는 상상을 초월한 데미지표시가 뜬것이다.
그 순간 화면의 절반이 구경꾼들의 놀라움과 부러움의 수많은 형용어들과 의태어들에 의해 가려졌다.
친구가 선보인 그것은 바로 '마법'이었던 것이다.. 그 때 당시 '마법'이란건.. 고수라 추앙받던
많은 모험가들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지니고있었던 초고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많은 초보자들의 모험심과 열정에 불을지른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초고수의 화려한쇼의 희생양이된 푸푸는 넥슨에게 돌아갔고 귀중한 선물을 남겨주었다.
땅에떨어지자 마자 많은 모험가들의 일백번이 넘는 마우스클릭의 대상이자
고수의 상징이자 갑부의 상징인 바로 '하프'였다..
푸푸의 몸체가 흐려지자마자 모험가들은 약속이나 한듯 몰려오기 시작했다..
친구는 인간의 물욕에 대한 추한모습을 뒤로한채 그 귀한 하프를 남겨두고 자리를 떳다.
친구가 다시 로랜시아에 들어와 찾아간 곳은 '푸줏간'이었다.
아마 당시 초보모험가들이 가장 많이 찾던 상점이 아닌가 싶다.
친구는 전에 미리 모아뒀던 닭고기를 닭다리로 다듬어 상점에 비싸게 팔아넘겼다.
그리고 접속종료..
그 후 친구와 나는 친구집에서 요러고 조러고 놀다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긴 하루를 보내고
아름다운 감성을 꽃피운채
잠자리에서 밤잠을 설치던 작고 어린 나는..
내일 엄마 아빠에게 일랜시아를 사달라고 조를 셈이었다.
15년이 지난 나는 지금 이 모습을 쳐다보면서.. 회환의 감정이 가득한 새벽을 보내고있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때론 닿을 수 없는 탓에 고통스럽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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